사랑을 무게로 안느끼게 - 박완서 p39 여관이나 호텔은 좀 불친절해도 잘 참는 편인데도 친척이나 자식이 나를 위해 이것저것 신경을 써 준다고 생각하면 도무지 편안치가 못해서 될 수 있으면 안 하고 싶다. 자주 전화 연락을 하던 지방에 사는 친지한테도 막상 그 고장에 볼일이 생겨 갔을 때는 연락을 안 하고 여관에 묵고 살짝 돌아온다. 혹시나 재워 줄 의무를 느끼거나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고 싶어 할까 봐 그렇게 하는데도 나중에 알면 섭섭해하고 차가운 사람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누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나 편하자고 그러는 것이니까 욕을 먹어도 할 말은 없다. 천성적으로 누가 나한테 너무 잘해 주려고 하면 나는 그게 가시방석처럼 불편한 걸 어쩌랴. p45 예전부터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것들이 그 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