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8.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p.114
단군 이래 경기는 한번도 나아진 적이 없고 회사는 언제나 힘들다.
p.115
흙수저의 수저질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생각했다. 금수저를 쥐고 태어난 놈들보다 값진 인생이라 자부하던 시절도 있었다는 말이다.
시간은 그 차이를 알려주었다. 스타트라인부터 앞선 놈들은 해가 거듭할수록 여유가 생겼고 능력과 돈을 축적할 수 있었다.
p140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p.165
가족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가치도 돈이고 그에게 필요한 것도 돈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따라오는 것일 뿐, 돈만이 그를 그답게 만드는 것이었다.
p.237
하지만 궤도에 진입하기도 어려운 것이었고, 사실 궤도에서 계속 달린다고 종착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는 세상도 아니기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역지사지. 나 역시 궤도에서 이탈하고 나서야 깨우치게 된 단어다. 내 삶은 대체로 일방통행이었다. 내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이 널려 있었고, 남의 감정보다는 내 감정이 우선이었으며,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내치면 그만이었다.
p.247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p.249
무엇보다 손님이 편하려면 직원은 불편해야 하고요. 불편하고 힘들어야 서비스 받는 사람은 편하지요.
...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각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터였다.
p.252.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p263.
"다들 너무 자기 말만 하잖아. 세상이 중학교 교실도 아니고 모두 잘난 척 아는 척 떠들며 살아. 그래서 지구가 인간들 함구하게 하려고 이 역병을 뿌린거 같아"
"마스크 안쓰고... 떠드는 놈도 있어요"
"마스크가 불편하다 코로나에 이거저거 다 불편하다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떠들잖아. 근데 세상이 원래 그래. 사는 건 불편한거야."
p.266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생일 선물로 선물받은 소설 한 권. "불편한 편의점". 최근엔 소설을 많이 안 읽었는데 간만에 재밌게 잘 읽었다. 역시 재밌게 잘 읽히는건 소설 종류의 책이다.
'불편한 편의점'은 편의점 사장이 서울역에서 지갑을 잃어버리고 이를 찾아주는 노숙자 '고독'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생각보다 '고독'씨가 괜찮은 사람임을 알고 편의점 야간 알바로 고용하고,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사람들과 겪는 이야기로 구성돼있다. 편의점 직원들과 손님,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에 대한 문제를 풀어가며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편의점 사장님의 시선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편의점 직원들. 그리고 손님들의 시선으로 이어지며 마지막은 기억을 잃었던 독고씨의 이야기로 본인의 문제를 찾으러 가며 끝이난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모든 사람에겐 서로를 지탱해주는 관계가 있다. 가장 가까우고 잘 해줘야 하는 사람들임에도 오히려 그들에게 남인 편의점 손님보다 못하게 대할 때가 있다. 가족들에겐 더 가깝기 때문에 해서는 안될 말들도 하고, 그들에게 바라는 기준은 더 높기도 하다. 손님이 편하려면 직원이 불편하게 더 대해줘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편함을 느끼고 더 다가오게된다. 내게 더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도 손님과 같이 친절함을 베풀고 이야기를 더 들어주어야한다. 그러기위해선 서로가 불편함을 조금은 감수해야한다. 더 기대를 낮추고, 이야기를 해야한다. 그렇게되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관계는 더 돈독하게 지탱될 수 있다.
본인의 가장 소중한 관계와, 그 기억마저도 잃은 독고씨는 모든 것을 잃고 편의점에서 새로운 관계를 통해 소중한 걸 다시 기억하게 됐다. 소중한 걸 잃어버리기 전에 지금의 소중함을, 가까울 수록 잃기 쉬운 소중한 관계를 지켜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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