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p41
사랑이란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 가운데에서 어떤 한 사람을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한다.
p115
타인을 보살피는 행동을 모두 중단했다. 의지를 발동시켜 중단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방식은 서로 병적으로 의존하는 상태여서 두 사람 모두에게 위험한 관계였다. 그런 관계에 고착되면 내면의 좋은 성향을 발현시킬 수 없고, 성장을 향해 노력할 수 없고, 내 삶을 추진할 수 없단 걸 알았다.
그 대신 한동안 내 몸과 마음의 건강, 내 욕망, 내 삶에 필요한 것을 보살피고 돌보는 시간을 가졌다. 타인의 입장보다 내 입장을 먼저 생각했고, 부당한 의존성이 느껴지는 부탁, 심리적으로 저항감이 드는 청을 거절했다. 달라진 내 태도에 대해 나와 상호적 의존적으로 관계를 맺었던 친구들이 분노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것은 그들의 자기애적 분노일 뿐이어서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p127
인용해 놓고 다시 읽어 보니 역시 결로는 담배가 심리적 의존 대상이며, 담배와 함께 서로 좀 돕고 살면 어떠냐는 내용인 것 같다. 사실, 담배를 피우던 처음부터 나는 흡연이 심리적인 문제라는 것을 짐작하곷있었다. 처음 담배를 집어 들었을 때도 심리적인 위안이 필요해서였고, 그 후로도 일상적 스트레스나 감정적아 소용돌이 앞에서 담배를 찾곤 했다.
...
건강이 나쁠 때는 가끔씩 담배를 끊기도 했지만 그것을 영영 끊으려면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깝다는 형용사는 스스로도 이상해서 '대체 무엇이 아깝지'라고 더 깊이 생각해보기도 했다. 담배 끊기가 아까웠다ㆍ 이유가 그것이 애착의 대상이며 '좋은 엄마'의 대용이어서 그랬다는 사실을 의존성을 이해한 후에야 알았다.
p.129
중독을 치유하는 일은 정신의 지층을 재배열하는 것만큼이나 힘든일이라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 알코올 클리닉이나 금연학교에 다룬 내용을 보면 그 과정이 거의 자기 파괴의 지옥에 가깝다. 그것이 힘든 진짜 이유는 심리적인 해제가 선행되어야 하며, 절대로 돌아보고 싶지 않은 내면으로 들어가 유아기의 고통과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쉽지 않을 때 전문가들은 차선책으로 부정적 중독을 긍정적 중독으로 바꿀 것을 권한다. 알코올 중독은 운동 중독으로, 흡연 중독은 독서 중독으로.
p.142
전문가들은 질투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가치 있다는 느낌, 자신이 소중하다는 감정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자기 존중감이 확고한 사람은 불필요하게 가상의 경쟁자를 설정하지 않으며, 설사 환상 속에서 경쟁하는 일이 있더라도 쉽게 패배하지 않는다. 실제로 감성적으로 불안하거나 호전적인 사람의 파트너가 더 많이 외도한다는 통계 조사도 있다.
p152
앤과 배리 율라노프 부부의 신데렐라와 그 자매들은 시기심의 심리 중에서도 시기당하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연구한 책이다. 그 책에 의하면 시기당하는ㅊ사람은 신데렐라처럼 오직 선함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기의 대상이 된다. 시기당하는 사람 역시 고통을 받았으며, 그가 가진 것을 얻기 위해 힘들게 노력했다는 사실은 고려되지 않은 채 시기심의 대상인 하나의 사물로 치환된다는 것이다.
p177
내가 지나치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타인의 소유물 중에서 무엇을 파괴하고 싶은가? 누군가 나를 미워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자신에게 물어본다. 내가 지금 미워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똑같은 심리적 이유로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내면을 타인에 쏟아부어 이야기하고, 내면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을 뿐이었다.
남에게 보이는 관심을 반만 줄여도 생이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역시 게슈탈트의 말이다. 우리가 남에게 보이는 관심이란 대체로 시기심이거나 의존성이거나 투사의 감정 같은 것들의 결집이기 때문이다.
p.187
타인에게 충고하기 좋아하고, 남을 가르치는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있는 심리도 방어 의식이다. 그런 이들은 충고와 조언으로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타인을 지배할 수 있어야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는다.
p227
건강한 자기애란 바로 그 병리적 자기애를 인식하고 그것을 의식 속으로 통합하는 행위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거짓 이미지를 깨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추악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인정하고, 그런 모습인 채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건강하고 진정한 자기애다.
p.228
이제 나는 내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며, 정의롭기도 하고 비겁하기도 하며,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하며, 그런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존재로서 존엄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면서 타인의 그런 점들도 끌어안을 수 있게 된 점이 더욱 만족스럽다.
인류는 인간만이 특별하고 위대하다는 나르시시즘을 깨며 발전해왔다고 한다. 코페르니쿠스, 다윈, 프로이트의 발견이 그럴 것이다. 나르시시즘은 불안, 시기심과 함께 인간을 성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대표적 감정으로 꽂힌다.
p.303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은 칭찬이 아니라 인정과 지지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것은 인정받기 위해서고 우리가 가끔 무너지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지지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지나칠 경우 '인정 중독'이 된다. 인정중독인 사람들은 인정받는데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인정받기 위해 일 중독자가 되고, 그럼에도 늘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면서 불안해한다.
p303.
[지지 정신치료]라는 책에 의하면 '지지'란 모든 형태의 정신 치료의 중요한 요소이며, 카운슬러에게 필요한 기능이라고 한다.
지지는 '판단하는 마음 없이 타인의 행위를 인정하는 것, 충고하고자 하는 마음을 누른 채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정의된다. 바로 긍지지의 태도를 자신에게 돌릴 수 있으면 타인의 칭찬에 그토록 들뜨거나, 외부의 비판에 그토록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자기중심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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