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3.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p.75
이런 유형의 놀이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친화력 좋은 여우들은 우리의 손짓을 이용해서 먹이를 찾아낼 수 있었다. 개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 반면에 보통 여우들은 몇 달에 걸쳐 집중적으로 사회화 훈련을 받았는데도 우리의 손짓에 응한 확률이 겨우 절반을 넘기는 수준이었다.
영리한 여우를 원한다면 당신이 찾을 수 있는 한, 가장 친화력 좋은 여우를 번식시키면 된다.
p.105
전에는 한 조를 이루어 성공적으로 협조했던 침팬지들조차 먹을 것을 한 더미로 모아놨을때는 나눠 먹기 협상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 테스트를 위해서 몇 달에 걸쳐 훈련하고 준비한 침팬지들과는 달리, 보노보들은 바로 협력했다. 두 더미로 나눠놓았던 음식을 한 더미로 합쳤을 때도 보노보는 협력했다. 짝을 바꾸었을 때도 협력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과일을 나눠 먹었을 뿐만 아니라 짝이 된 보노보에게 음식의 절반이 돌아갈 수 있도록 다기 몫을 남기기도 했다.
협력이 필수인 곳에서는 관용이 지식을 앞선 것이다.
p123
사람의 자기가축화 가설이 옳다면, 우리 종이 번성한 것은 우리가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p.125
다만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다른 호르몬의 상호작용이 공격적 반응을 유발하며, 경쟁 상황에서는 특히 더 큰 효과가 나타나는 듯 보인다. 한편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는 남성, 아기가 태어난 남성에게는 이와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난다. 헌신적인 남성이나 아버지들은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는데, 이 변화가 경쟁적 혹은 공격적 행동보다는 보살피고 돌보는 행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여성은 잠재의식 속에서 '남성적'얼굴을 가진 남자에 대해 불성실하거나 비협조적이고 배우자에게 충실하지 않으며 좋은 아버지가 되지 못할 사람으로 판단한다는 연구가 있다.
남성들도 잠재의식 속에서 상대방의 얼굴이 얼마나 남성적인지로 힘이 얼마나 셀지 가늠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p.131
우리는 공막이 하얀 유일한 영장류다. 게다가 눈의 형태도 아몬드 모양이어서 공막이 더 눈에 띄는 까닭에 시선을 조금만 움직여도 무엇을 보는지 알아차릴 수 있게 되어 있다. 우리의 눈도 다른 종들처럼 위장형이었으나 어느 시점부터 광고형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눈맞춤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아기의 눈빛은 부모에게 옥시토신을 분비시켜 사랑이 샘솟는 느낌을 준다. 부모가 아기의 눈을 들여다 볼 때는 아기도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아기는 이 때문에 부모의 눈을 더 자주 보고 싶어 한다.
p.141
성체 생쥐는 일반적으로 낯선 생쥐에게 적대적으로 군다. 하지만 이 친화력 좋은 생쥐는 낯선 생쥐를 보자 공격적으로 굴지 않고 새끼 생쥐처럼 벌벌 떨었다. 다른 성체 생쥐들은 친화적인 생쥐를 덜 공격하는 경향을 보였다. 벨라예프의 여우 실험과 마찬가지로, 친화력을 기준으로 선택되어 번식한 생쥐들은 성체가 되어도 어릴 때의 친화적 행동을 보존했으며 집단 내 공격 행동이 감소했다.
p.148
사회심리학의 기본 원리는 사람들이 자기가 속한 집단의 구성원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8 우리는 경쟁 집단에 속한 타인을 대할 때, 특히 갈등 상황에서는 극도의 제노포비아Xenophobia*를 보일 수 있으며 아주 작은 일로도 이런 집단심리는 작동할 수 있다.9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어떤 조건이든 기준으로 잡아서 그룹으로 나눠보면 그룹 간에는 금세 적개심이 생겨난다.
p152
마음이론 신경망 활성화 여부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인자는 규칙 위반 여부가 아닌 집단 정체성으로, 이에 따라 용인 혹은 처벌이라는 행동이 나타난 것이다.
p175
이었다. 그 결과, 오답을 선택한 확률은 실험 횟수의 75퍼센트였다. 75퍼센트가 오답인 줄 알면서도 다수의 의견에 동조한 것이다.
밀그램은 아이히만의 재판에 참석했던 한 기자가 그에 대해 “그저 책상에 앉아 맡은 일을 하는 평범한 관료”45라고 묘사한 대목에 주목했다. 이는 곧 권위에 복종하려는 욕구의 한계를 시험하는 밀그램 실험으로 이어졌다.
p247
오레오 덕분에 나는 모든 낯선 이를 잠재적 친구로 대하는 동물, 보노보와도 만날 수 있었다.
오레오와 나눈 우정과 사랑으로 나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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