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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시보기, '나, 다니엘 블레이크'

huiyu 2021. 2. 10. 06:00

 요즘은 시간날 때 새로운 영화를 보는 것보다 이전에 봤던 좋았던 영화를 다시 보고 있다. 그래서 오늘 다시 본 영화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7년 개봉한 이 영화는 18년도 쯤 회사 DVD 대여를 통해 처음 봤었다. 아무런 정보도, 내용도 알지 못하고 봤던 영화인데, 그 이후로 벌써 몇번씩 보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됐다. 종종 채널을 넘기다보면 TV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그때마다 멈춰서 보게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전반적인 스토리와 결말을 담고있습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는 영국 뉴 캐슬을 배경으로 하는 복지에 관한 영화이다. 주인공 다니엘 블레이크는 평생을 목수로 일한 사람으로, 최근 심장병이 악화되어 병원으로부터 일을 그만해야 된단 얘길 듣게 된다. 당장 생활비가 없던 다니엘은 국가로부터 질병수당을 신청하지만, 아직 일할 수 있단 판정을 받고 질병수당을 받지 못하게 된다. 정말 일할 수 없던 다니엘은 항고신청을 진행하려 하지만 이것 마저도 쉽지 않다.

 항고신청을 진행하기까지는 재심 판정과 복잡한 절차가 있어 이 마저도 시간이 걸린다. 일단 돈이 필요한 다니엘은 복지센터에 들려 방법을 찾아보는데 형식적인 별 필요없는 답변만 받는다. '일할 여건이 된다면 구직수당을 받고, 몸이 아프면 질병수당을 받아라'. 이미 질병수당 판정에서 떨어진 다니엘은 어쩔수 없이 구직수당 신청을 하며 항고도 같이 준비하려한다. 심장에 무리가 있어 일을 쉬어야 한단 진단을 받았지만, 구직수당을 신청해서 돈을 받아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됐다.

 구직수당 신청도, 항소신청도 나이가 많은 다니엘은 쉽지가 않다. 이 모든 일은 인터넷으로 해야 하는데, 다니엘은 컴퓨터 한번 만져보지 못한 컴맹이다. (캡쳐는 마우스를 모니터에 올리는 다니엘.)
 간신히 도서관에 가서 옆사람과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양식을 작성하지만 마지막 제출을 남겨두고 사용시간이 종료되버린다..ㅠㅠ

 다행히 복지센터에 친절한 직원이 한명 있어 도움을 받는데, 상사로부터 이러한 도움은 나쁜 선례가 남는다며 꾸지람만 듣고 이마저도 실패..22

 다행히 옆집사는 아저씨한테 도움을 받아 간신히 구직수당 신청에 성공한다. 그리고 간단히 항소양식도 뽑아서 도와준다. 이렇게 간단한 일이 였는데데, 복지센터에선 형식적인 답변과 규칙으로 진짜 필요한 도움을 주지 못한다.

 구직수당 신청에 성공했지만 구직수당을 받기 위해선 주당 35시간을 구직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인증해야 한다. 심장병으로 일을 하지 못하지만, 구직을 위해서 이력서를 돌려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후 다니엘은 이력서 작성 특강도 듣고, 회사에 직접 작성한 이력서도 돌린다. (심장병 환자를 이렇게 굴린다고..?)이마저도 인터넷이 아닌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제출해서 나중에 인증할 수 없게 된다. 진짜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복지를 받기 위해 자신이 어려움을 스스로 인증하고,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가 편법을 쓰는 걸로 오해되는 상황. 영국에 해당되는 일만은 아닐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또 한명의 인물 케이티. 런던 노숙자 센터에서 2년정도 생활을 하다 뉴캐슬에 집을 구해 딸, 아들과 이사온 미혼모이다. 다니엘과 마찬가지로 복지센터에 지원금을 받으러 오지만, 이사온지 얼마 안돼 지리를 잘몰라 조금 늦게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정시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 답답한 상황을 지켜보다 참지못한 다니엘이 도와주고 둘은 서로를 위하며 친해지게 된다.

 케이티의 집은 어렵게 구해온 집이라 오래됐기도 하고, 무척 낡아 있다. 있는 돈 다 끌어서 왔는지 전기세도 못내고 있어 전기도 안들어오고, 타일은 여기저기 떨어지고 있다. 좋지 않은 상황에 다니엘은 집도 직접 고쳐주고, 전기세도 보태주고 진심으로 도와준다.

 영화에서 나오는 케이티는 다니엘만큼이나 공감되고 진심으로 마음 아팠던 캐릭터이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기억남는 장면이고, 볼때마다 울컥하는 장면은 케이티가 식료품 지원소에서 통조림을 먹는 장면이다. 식료품 지원을 받으로 지원소에 가서 이것저것 챙기던 중 배고픔을 못이겨 갑자기 통조림을 손으로 먹고 그대로 주저앉아 우는 장면인데, 아마도 케이티는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느낌, 본인에 대한 수치심. 여러 감정이 교차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이 장면을 볼때면 문득 어릴 때 생각이 나곤한다. 어릴 때 급식지원이나 무료 급식 쿠폰같은 걸 받으며 생활한 적이 있는데 아무것도 몰라 마냥 공짜라 좋았했었다. 나한텐 큰 의미가 없엇지만, 엄마에게 그것들은 당당히 보여주며 낼 수 있는 그런게 아니였던 것 같다. 오히려 숨기고 부끄러웠던게 당연한 감정인데, 그땐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도 케이티와 비슷한 그런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영화속 이 장면을 보며 오히려 그때를 생각나게 하는데, 그래서 더 많이 슬퍼지는 장면이다.

 이외에도 영화에서 케이티는 여러번 무너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식료품지원센터에서 생리대 지원을 받지 못하자 마트에서 생리대를 훔치다 걸리는 장면. 뭐 생리대 살돈도 없나 싶을수도 있지만, 이 장면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청소년 깔창 생리대와 같은 여러 사건이 생각나게 된다. 정말 필요한 복지를 지원하지 못하는. (공짜 생리대 같은 경우에도 본인이 가난을 인증해야 지원하는 등 몇가지 문제가.. 어린아이일수록 이런건 더 예민할텐데)

 마트에서 만난 이 친절한 남자는 얼굴도 이쁜데 어려운게 안됐다며 도와준다고 접근한다. 그리고 친절하게 성매매?를 알선해준다. 어렵고 돈이 필요했던 케이티..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전날 딸이 학교에서 밑창 떨어진 신발을 신고 다닌다며 놀림 받는다는 얘기도 듣고ㅠ 정말 돈이 필요했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 어려운 상황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마지막 선택지라면 어떻게 그 선택을 욕할 수만 있을까. 실제로도 많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or 돈이 필요한 학생)에게 저런 친절한 얼굴을 한 사람들은 접근하고 돈을 벌 수 있다며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안 다니엘, 그녀를 찾아가 이렇게 까지 할필요는 없다고 진심으로 위로해 준다. 뉴캐슬로 오면서 일도하며 공부도 새로 하겠다고 다짐했던 케이티인데, 돈을 벌기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는게 너무 안타깝다. 

 구직 수당 신청도, 항고신청도 되는게 없자, 다니엘은 이제 더는 그냥 있을 수 없다. 형식적인 대답뿐 실질적인 지원이 없는 상황, 답답함에 이제 직접 나와 벽에 글도 쓰고 1인 시위를 한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굶어죽기전에 항고일 배정을 요구한다. 상담전화의 구린? 대기음도 바꿔라!
(영화속 수당관련
상담전화 대기시간 기본 2시간ㄷㄷ)

 그리고 겨우 항소재판 날짜를 받게 된다. 그런데 재판을 앞두고, 심장병이 있던 다니엘은 심장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항소준비와 수당 지원을 위해 직접 돌아다녔던 다니엘, 아마도 심장병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
항고에서 읽으려던 그의 마지막 메시지.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아닙니다
나는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난 묵묵히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난 굽실대지 않았고
이웃이 어려우면 그들을 도왔습니다
자선을 구걸하거나 기대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이에 나는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러닝타임 1시간 40분 가량의 짧은 영화이다. 이 짧은 영화속에 복지와 관련된 여러 심각한 주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요소들이 정말 많이 담겨있지 않나 생각된다. 이 영화는 방구석 1열에서도 다룬적이 있는데 윤종신은 영화를 보고 수당을 받으려는 10명 중 부당한 1명을 걸러내기 위해 9명이 못받게 하는 것 같다란 말을 했다. 이러한 지원은 지금 당장 내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언젠간, 그리고 갑자기 나에게도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나 역시도 항상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갖고 있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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