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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시보기, 플립(Flipped)

huiyu 2020. 4. 30. 18:03

 군대를 막 전역하고 복학했을 때 영화를 즐겨보던 시기가 있었다. 다른 장르보다도 특히 로맨스/멜로 장르의 영화를 즐겨봤는데 달달하고, 두근두근한 느낌이 좋아서 한국 멜로부터 외국 멜로까지 다양하게 챙겨봤었다. 이 영화 플립(Flipped)도 이때 보게 된 영화다. 
 이 시기에 많은 영화들을 챙겨봤는데 그중에도 플립이란 영화를 가장 좋아했어서 한번 본 이 영화를 몇번이고 다시 봤던 기억이 난다. 영화 러닝타임 자체도 1시간 30분 가량으로 짧긴 하지만 영화의 전개 속도도 빠른 편이여서 지루하지 않게 여러번 볼 수 있었다. 특히 첫사랑에 대한 이 이야기는 조금더 귀엽고 두근두근한 느낌이 많았었던 것 같다.

 한동안 다시보진 않고 있었는데 마침 넷플릭스에 있는걸 보고 보게되었다. 여러번 봤지만 오랜만에 다시 보는거라 설레는 느낌 그대로 다시 보게되었다.

이 글은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남주 '브라이스 로스키'가 여주 '쥴리 베이커' 집 근처로 이사오게 되면서 시작된다. 쥴리는 첫눈에 브라이스에 반해서 영화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들이댄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으로 주변 친구들의 놀림과 시선을 받게 되는데, 이런게 부담스러운 브라이스는 쥴리를 더 피하고 거리를 두게 된다.

 브라이스와 뒷자리에서 브라이스의 냄새?를 맡는 쥴리. 수박향이 난다고 좋아하지만 남주는 이런 행동들을 부담스럽게 느끼고 더 피하게 된다.. 이러한 행동이 너무 싫어 학교에서 쥴리를 떼어놓기 위해 학교 인기녀와 사귀지만 바로 들통나서 이렇게 귓방망이 한대맞고 헤어진다.

귓방망이 맞는거 보고 좋아하는 쥴리의 모습..ㅎㅎㅎ

 브라이스는 정말 잘생기긴 했다. 보는내내 와 이 친구 정말 잘생겼네, 줄리가 좋아할만해 이런 생각을 갖게되는 외모이다. 그에 반해 쥴리는 처음엔 사실 이쁘다고 생각이 들진 않았는데 볼수록 브라이스보다 쥴리가 더 매력적이고 이쁘게 보이게 된다.

 영화는 같은 사건을 남녀 주인공의 서로 다른 시선으로 한번씩 보여주면서 진행된다. 남주 브라이스의 시선으로 한번, 여주 쥴리의 시선으로 한번씩. 남녀의 차이도 있지만, 둘은 성격도 정말 다르고 집안 분위기며 환경까지도 다 다르다. 이렇게 완전 다른 둘이 하나의 사건을 두고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보는것도 나름 재미나게 느껴진다. 그리고 서로에게 느끼고 변해가는 감정 역시 보는 재미.

 쥴리는 마을의 플라타너스 나무를 좋아했다. 우연히 올라가게 된 나무 위에서 본 풍경에 반해 매일 그 나무위에 올라가서 바라보며 아빠가 말씀해주신 이야기도 생각하고 사색하는걸 좋아한다. 나무 위에서 풍경 전체를 내려보며 아빠가 얘기해준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본다는게 어떤건지 생각하게 된다.

"거기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세상을 바라봤다. 어떨땐 석양이 보라와 분홍인데 어떨 땐 강렬한 주황으로 지평선의 구름에 불을 지폈다. 그렇게 석양을 보던 어느 날 부분이 모여서 아름다운 전체를 이룬다는 아빠의 말을 머리에서 가슴으로 옮겨왔다.

쥴리가 브라이스도 한번 올라와서 보라고 하지만 두드러기가 나서 못올라온다는 브라이스군..

 하지만 쥴리가 좋아하던 이 나무는 집짓는데 방해된다는 땅주인에 의해 베어지고 만다. 쥴리가 끝까지 막아보려 나무위에서 버텼지만 결국엔 잘라버렸다.. 브라이스에게 도와달라고 하지만 학교가야 된다며 냉정히 가버린 브라이스.
나무가 잘려 상처받은 쥴리는 나무 근처로 다니지도 않고, 여길 지나가는걸 피하기 위해 자전거 통학을 하게 된다.

그렇게 몇날 몇일을 기분 안좋고 우울하게 보내고 있는데 아빠가 선물을 가져온다. 화가인 아빠가 직접 그려준 플라티너스 나무. 그 위에서 느꼈던 감정을 잊지말라며 이 그림을 선물해준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남는 장면이고 좋아하는 장면이다. 

이렇게 첫번째 사건은 지나가고.. 쥴리는 과학 프로젝트로 계란을 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첨에 시큰둥했는데 살아있는 달걀을 보면서 흥미를 갖고 학교에서 하는 박람회에서 부화까지 시키게 된다.

 병아리 부화에 성공한 쥴리는 얘네들을 앞마당에서 닭까지 키우고.. 이 닭들이 크자 다시 알까지 낳게 된다. 처음엔 이 알들을 가족끼리 나눠먹다가 그 양이 많아져서 주변에도 팔면서 돈까지 벌게 된다. (쥴리는 정말 칭찬할만한 친구야..)

 달걀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브라이스에게도 나눠주게 된다. 근데 브라이스네는 돈 안받고 공짜로 나눠준다. 뭐 그동안 물건도 빌려쓰고, 엄마 차 태워주고 도움 받았다고 하는데 사실 브라이스 한번 볼 수있어서 좋다고 나눠주는.. 

 하 근데 브라이스 이 ㅅㄲ.. 쥴리가 준 달걀을 받자마자 몰래 뒷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었다. 가족들과 밥먹으면서 대화하는 자리에서 쥴리네 앞마당이 더러워 살모넬라균이 있을지도 몰라 위험하단 가족들.. 브라이스는 그말을 듣고 이렇게 몇날 몇일을 버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쥴리한테 들키는데 쥴리한테 아주 솔직하게도 잘 말해준다. "너네집 앞마당이 더러워 균이 있을거같아서 버리고 있어!!"

이에 상처받은 쥴리... 브라이스에게 실망하고 앞마당을 본인이 관리하기로 마음먹는다..(진심 쥴리의 이런점 본받아야해..). 사실 쥴리네 앞마당을 관리하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다. 쥴리네 삼촌은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데, 가족들이 회의를 해서 삼촌을 좋은 시설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형편이 좋을 수 없고, 본인집이 아닌 주인집에 세들어 살고 있다. 본인집이 아니라 앞마당을 직접 관리할 수도, 필요도 없던거였다.

 아무튼 꿋꿋한 쥴리는 앞마당을 직접 가꾸기 시작한다. 이때 브라이스네 할아버지가 같이 도와준다. 브라이스네 식구중 유일하게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있는거 같은 할아버지는 나무사건때부터 쥴리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다. 브라이스 할머니와 성격이 닮은거 같다고 하면서 많이 도와주고, 둘은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쥴리에게 관심갖는 할아버지에게 자꾸 신경쓰이는 브라이스. 사실 브라이스도 이전부터 쥴리에게 뭔가 감정적인 변화를 갖고 있긴 했다. 그게뭔지 본인이 잘 모르는 듯 싶지만..

 달걀사건 이후, 쥴리가 자꾸 신경쓰이는 브라이스.. 수업시간에 대놓고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 옆친구한테 들키는데 벌이 날라다녀서 쳐다봤다는 헛소리를 한다.

 본인이 자꾸 왜 쥴리가 신경쓰이는지 모르겠다고 친구에게 털어놓는다. 친구는 쥴리에게 느끼는 감정이 달걀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라고 하며,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삼촌과 쥴리에 대해서 험담을 하게 되고, 브라이스는 이 말들에 다 동의한다. 이게 잘못된 얘긴줄 알면서 그냥 동조.. 하 브라이스..2..
사실 쥴리는 이 얘길 뒤에서 다 듣고 있었다.

 브라이스네 가족은 처음으로 쥴리네 가족을 초대해서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게 됐다. 자신이 쥴리를 좋아하는 걸 확실히 알게 된 브라이스는 쥴리가 온다는 생각에 설레서 옷도 신경쓰고 준비하지만, 도서관에서 이미 뒷얘길 다 들은 쥴리는 브라이스에 대해 냉정하게 대하면서 대화도 안하고, 브라이스에 대한 모든 감정을 접고 다신 너랑 안본다고 한다.

그리고 몇일 뒤, 학교에서 비스킷 보이? 란 이상한 행사를 하는데.. (남자학생들을 경매에 붙여서 여학생들이 돈주고 사서 밥을 같이 먹는 행사이다.. 이 돈은 기부금으로 전달하는 자선행사인가본데 아마도 60년대 배경인 영화인데 그당시 이런게 있었나보다.) 이 이상한 행사에 브라이스가 나가게 되고, 쥴리가 돈을 챙겨서 왔다는 얘길 들은 브라이스 김칫국을 한사발 들이키면서 혹시나 자기한테 걸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쥴리는 다른 남자에게 걸고 본인 역시 다른 여자에게 팔려간다.

그렇게 다른 남자와 밥먹고 있는 쥴리를 쳐다보고 있는 브라이언. 이미 쥴리에게 마음을 뺏긴 브라이스는 자신의 파트너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쥴리도 마찬가지.. 다른 여자와 밥을 먹고 있는 첫사랑 브라이스가 자꾸 눈에 밟힌다.. 브라이스가 그렇게 상처를 계속 줬는데.. 그만 좋아했으면..

아니 그런데 갑자기 브라이스가 일어난다. 쥴리에 대한 마음에 확신이 든 브라이스는 일어나서 성큼성큼 쥴리에게 다가가 갑자기 키스를 하려한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다른사람들 앞에서 이런 키스를 원하지 않았던 쥴리는 놀래서 도망쳐버린다. (그치 갑자기 키스라니!)

쥴리는 이후 브라이스를 만나주지도, 사과하려는 브라이스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피하고 지내는데 어느날 갑자기 쥴리가 잘 가꿔놓은 앞마당에 삽질..
아빠, 이ㅅㄲ 머하는거야! 왜내 앞마당에 삽질이야라고 물어보지만, 아빠는 자기가 허락했다는 말만 반복한다.

쥴리가 빡쳐하는 그 시점에 브라이스, 삽질해 놓은 구덩이에 나무 한그루를 심는다. 이 나무는 바로 쥴리가 좋아했던 플라티너스 나무. 처음봤을 때 나무갖고 오는 이 장면도 너무 좋았다.

플라티너스 나무심고 쥴리가 좋아하는 눈빛 발사중

쥴리 좋아하는 중... 브라이스에게 닫힌 마음이 열렸다.

그리고 영화는 끝.. 같이 나무 심으면서 손도 잡으면서 끝난다.

 영화보면서 쥴리는 정말 성숙하고 멋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어려운 가정환경과 본인의 단점들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는 모습에서 이런 사람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영화 초반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쥴리에게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 어렵지만 화목하고 가족을 생각하는 부모님의 밑에서 자라서 이런 단단한 성격을 갖게 된거 같기도 하고, 가정환경이 정말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특히나 영화속 쥴리네 아빠와 같은 사람이 너무 멋있었다.
 반면 브라이스는 미성숙하고 특히나 꽉막힌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이런 영향을 받은 것 같긴 하지만 영화 후반엔 이런 고정적인 관념보다는 본인의 눈으로 진정한 가치를 알아가게 되는, 쥴리와 브라이스의 성장이 보이는 특별한 영화였다. 플립은 조금은 유치하고 뻔한 사랑 영화일지도 모르지만 나한테는 처음봤을때부터 지금까지도 특별한 영화중 하나이다.

"Every once in awhile, you find someone who's iridescent,"
"모든 사람은 일생에 단 한 번, 무지개 같이 변하는 사람을 만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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