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ation & Notes/Notes 18

공백

종종 공백이란게 필요하다.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무언가 소중한 걸 잊고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우린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어야 한다.공백을 갖는다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제 힘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홀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리라.그러니 가끔은 멈춰야 한다.억지로 끌려가는 삶이 힘겨울수록, 누군가에게 얹혀가는 삶이 버거울수록 우린 더욱 그래야 하는지 모른다.- '언어의 온도', 이기주

기다림

기다린다는 것은 마음속에 어떤 바람과 기대를 품은 채 덤덤하게 혹은 바지런히 무언가를 준비하는 일이다.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릴 때, 만남과 결과를 기다리는 순간에도 우린 가슴 설레는 상상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쩌면 구체적인 대상이나 특정한 상대를 능동적으로 기다린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기다림은 그런 것이다. 몸은 가만히 있더라도 마음만큼은 미래를 향해 뜀박질하는 일. 그렇게 희망이라는 재료를 통해 시간의 공백을 하나하나 메워나가는 과정이 기다림이다. 그리고 때론 그 공백을 채워야만 오는 게 있다.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언어의 온도', 이기주

20.7.19(토) 취하라

Enivrez-Vous (Charles Baudelaire) 취하라 (보들레르) 취하라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그게 전부다. 그게 바로 유일한 문제다. 당신의 어깨를 무너지게 하는 가증스런 시간의 무게를 견뎌 내려면, 당신은 쉴 새 없이 취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무엇에 취하려는가? 술이든, 시든, 덕이든 그 무엇이든 당신 마음대로 그러나, 어쨋든 취하라. 때로는 궁궐의 계단에서, 도랑가의 푸른 풀밭 위에서, 혹은 당신 방구석의 음울한 고독 한가운데서 당신이 깨어나게 되고, 취기가 가시거나, 사라져버리거든 물어보아라 바람이든, 물결이든, 별이든, 새든, 시계든, 지나가는 모든 것, 슬퍼하는 모든 것, 달려가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것에게 지금 어떤 시간인가를 그러면 바람도 물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