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7.칠월의 햇빛을 받은 강물이 거대한 물고기의 비늘처럼 뒤척이며 반짝이던, 당신이 문득 내 팔에 가무잡잡한 손을 얹었던, 그 손등 위로 부풀어오른 검푸른 정맥들을 내가 떨며 어루만졌던, 두려워하는 내 입술에 닿았던 순간들은 이제 당신 안에서 사라졌습니까. 그 낡은 다리 앞에서 당신의 딸은 유모차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엄마를 부르고, 당신의 필름조각들을 호주머니에 넣은 뒤 천천히 몸을 일으킵니까. 이십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갔지만, 그 순간의 어떤 것도 내 기억속에선 흐려지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뿐 아니라, 당신과의 가장 끔찍했던 순간들까지 낱낱이 살아 꿈틀거립니다. 나의 자책, 나의 후회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당신의 얼굴입니다. 눈물에 온통 젖어 번들거렸던 그 얼굴. 내 얼굴을 후려친, 수년간 억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