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7]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p.11
우리 안에는 늘 새로워지려는, 다시 생기를 얻으려는 본능이 있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자기 안에서 깨우려는 의지가.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아 회복의 장소를 찾고 있으며, 삶에 매몰되어 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치유하보 온전해지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p. 13
내 삶에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그 순간들을 피해 호흡을 고르지 않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부정적인 감정들로 마음이 피폐해질 수 있었다. 그럴때마다 여행은 나만의 퀘렌시아였다. 여행지에 도착하는 순간 문제들을 내려놓고, 온전히 나 자신이 되었으며,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다. 그러고 나면 얼마 후 새로운 의욕을 가지고 다시 삶 속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p.15
삶은 자주 위협적이고 도전적이어서 우리의 통제 능력을 벗어난 상황들이 펼쳐진다. 그때 우리는 구석에 몰린 소처럼 두렵고 무력해진다. 그럴 때마다 자신만의 영역으로 물러나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리고, 살아갈 힘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숨을 고르는 일은 곧 마음을 고르는 일이다.
...
누군가 말했듯이, 인생은 쉼표 없는 악보와 같기 때문에 연주자가 필요할 때마다 스스로 쉼표를 매겨 가며 연두해야만 한다.
'삶의 파도들이 일어나고 가라앉게 두라. 너는 잃읗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너는 바다 그 자체이므로.'
p.21
최걀 린포체의 시각에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난 괜찮아'라는 생각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당신도 괜찮은가요?' 하고 묻게 될 것이다. '당신도 괜찮은가요?' 하고 묻게 될 것이다. '당신도 이 세상에서 살 만한가요?당신도 행복한가요?'
**p.34
우리 자신도 목표 지점과 원하는 결과를 향해 가느라 삶이 그 여정에서 선물하는 것들을 지나치기 일쑤이다. 삶은 그 여정들로 이루어지는 것인데도 말이다. 한 사람은 도중의 난관들을 피해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느라 마음이 급하지만, 또 한 사람은 과정에서 발견하는 신비와 뜻밖의 경험들에서 순수한 기쁨을 얻는다. 그에게 삶은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며, 목적지는 오히려 그 과정들을 경험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설정한 지점에 불과하다. 목적지에 이르면 또 다른 목적지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신이 걸아가는 길에 있는 것들에 관심 없는 사람은 목적지에 도달해서도 행복하지 못하다.'
p.38
나는 타인이 말하는 '누구여야만 하는' 나가 아니며 '어디에 있어야만 하는' 나가 아니다. 나는 살아 있는 존재이므로 매 순간 다른 나이고, 어디에 있을지 스스로 결정하는 나이다.
p.40
'사람들은 당신의 이름을 알지만, 당신의 스토리는 모른다. 그들은 당신이 해 온 것들은 들었지만, 당신이 겪어 온 일들은 듣지 못했다. 따라서 당신에 대한 그들의 견해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결국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라 당신에 대한 당신 자신의 생각이다. 때로는 자신과 자신의 삶에 최고의 것을 해야만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최고의 것이 아니라.'
p.41
방황한다고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모든 여행에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 그 많은 우회로와 막다른 길과 무너뜨린 과거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 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자기 자신에게 이 한가지를 물어보라. ' 이 길에 마음의 담겨 있는가?'
p.45
그 많은 길도 수많은 길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너는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하나의 길에 불과하다는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을 걷다가 그것을 따를 수 없다고 느끼면 어떤 상황이든 그 길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 마음이 그렇게 하라고 한다면 그 길을 버리는 것은 너 자신에게나 다른 이에게나 전혀 무례한 일이 아니다.
p.46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나란히 걷는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에서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뒤를 좇는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담긴 길을 걷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가고 싶은 길을 가라, 그것이 마음이 담긴 길이라면. 마음이 담긴 길을 갈 때 자아가 빛난다.
p.55
우리는 인생에서 많은 것을 놓쳤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가장 많이 놓친 것은 '지금 이순간들'이다. 삶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언제든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우주의 모든 요소들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만 매 순간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계산과 두려움 때문에 뒤로 미룬 모든 날들이 우리가 놓친 길일들이다.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다. 행동하는 날, 그날이 바로 길일이다.
p.62
여행이 내게 준 선물은 삶과 세상에 대한 예찬, 그것이다. 광부는 수많은 돌들에 불평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광부의 눈은 보석을 발견할 뿐이다. 예찬하는 마음 역시 모든 돌들을 보석으로 만든다. 부자는 누구인가? 많이 감동하는 사람이다. 감동할 줄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 가듯이 바라보고, 아침을 바라볼 땐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p.73
때로는 우회로가 지름길이다. 삶이 우리를 우회로로 데려가고, 그 우회로가 뜻밖의 선물과 예상하지 못한 만남을 안겨준다. 그 길이야말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헤매는 것 같아 보여도 목적지에 도달해서 보면 그 길이 지름길이자 유일한 길이다.우리가 할 일은 찾고, 찾아서, 나아가는 것 뿐이다.
p.83
만약 그날 엉뚱한 콩코드 시로 가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곧바로 월든 호수에 갔다면, 나는 그와 마주치지 못했을 것이다. 내 마음에 남아 있는 한 아름다운 영혼을 만나는 행운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겉으로 보면 그날 나는 먼 길을 빙 돌아서 얼든 호수로 갔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그와의 만남을 향해 가는 지름길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길을 돌아 기적처럼 어떤 목적지, 혹은 어떤 사람에게 도착한다.
p.109
인생은 관광(tour)이 아니라 여행(travel)이다. 그리고 여행은 고난(travail)과 어원이 같딘. 장소뿐만 아니라 삶도 쉽게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삶을 사랑하면 삶 역시 우리에게 사랑을 돌려준다. 사랑하면 비로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p.117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도 그 이야기 실력을 능가할 수 없다. 마음이 지어내는 이야기는 어떤 소설. 어떤 신화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의식을 지배할 때 눈앞의 현실보다 가공의 세계가 더 생생한 현실이 된다.
p.134
첫 번째 화살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고, 두 번째 화살은 그 사건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다. 상실과 실패와 재난은 누구의 삶에나 일어난다. 그러나 고통의 대부분은 실제의 사건 그 자체보다 그것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더 심화돠다.
인생이 고통이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가장 많이 맞는 화살은 스스로 자신에게 쏘는 두 번째 화살이다.
...
화살에 맞으면 아픔을 느끼되 그 아픔을 과장하지 말라고 붓다는 충고했다. 병이 나 제자를 찾아가서도 아파하되 그 아픔에 깨어있으라고 가르쳤다. 상처에 너무 상처받지 말 것, 실망에 너무 실망하지 말 것, 아픔에 너무 아파하지 말 것-이것이 두번째 화살을 피하는 방법이다. 잠시 아플 뿐이고, 잠시 화가 날 뿐이고, 잠시 슬플 뿐이면 되는 것이다. 그 순간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맑고 투명해진다.
"용서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해방시켜주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을 향한 원망과 분노와 증오에서 나 자신이 해방되는 일이다"
p.164
당신이 추구의 길에 있을 때, 누군가가 자신이 모든 해답을 알고 있다고 말하면 그를 따르지 말아야 한다. 그 해답은 당신의 목적지가 아닌 그의 목적지로 데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
작은 이정표에 의지해 혼자 힘으로 길을 찾아 나갈 인내력을 서둘러 포기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는 언제나 거리를 두게 하시고
'보라!'라고 말하면서 놀라움 속에 웃는 사람들과는 언제나 가까이 있게 하소서.
p.168
"세상은 산이다. 당신이 말하는 것마다 당신에게로 메아리쳐 돌아올 것이다. '나는 멋지게 노래했는데 산이 괴상한 목소리로 메아리쳤어.'라고 말하지 말라. 그것은 불가능하다"
p.169
삶은 우리의 영혼이 우리 자신에 대해 읽는 책이다. 그 책의 다음 장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좋은 결론의 책은 후반부에 적혀 있다는 것 외에는. 앞부분의 내용이 슬프다고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고통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남는다.
p.178
나는 절벽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마지막 순간에 무엇인가가 팔을 뻗어 허공에 걸린 나를 붙잡아주었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믿는다. 사랑이야말로 추락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중력의 법칙을 부정할만큼 강력한 단 한가지의 것이다.
p.186
20년이 흐른 뒤, 그 대학 교무과에서 동문 학생들의 경력에 대해 조사하던 중 '문학 비평 클럽'과 '문학 토론 클럽' 회원들의 문학적 성취에 두드러진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비평 클럽에 소속되었던 그 많은 문학 천재들 중 단 한 명도 이렇다 할 문학적 활동을 하지 못했다. 반면에 토론 클럽에 속했던 문학도들 중에서는 여섯 명의 뛰어난 작가가 탄생해 문단이 인정하는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다.
p.198
자신이 가졌던 재능(선물)이 신이 준 선물(선물)이었음을. 바쁘고 돈이 부족하고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그 선물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음을. 수많은 미완의 스케치들을 남기고 겨우 잎새 하나를 완성하고 죽었으며, 그래서 결국 자신을 무가치하며 중요하지 않은 인물로 만들었음을.
p.201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뒤돌아보는 새는 죽은 새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다.
...
마음이 과거에 일어난 일들에 분노를 느낄수록 현재를 사랑하기가 더 어렵다. 마음의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과거의 일을 계속 곱씹으면서, 그것에 의해 왜곡된 인식으로 자기 자신과 세상을 대한다는 것이다.
p.204
"문제는 물병의 무게가 아니라, 그대가 그것을 얼마나 오래 들고 있는가이다. 과거의 상처나 기억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오래들고 있을수록 그것들은 이 물병처럼 그 무게를 더할 것이다."
과거를 내려놓고 현재를 붙잡는 것이 삶의 기술이다. 오래전에 놓아 버렸어야만 하는 것들을 놓아 버려야 한다. 그다음에 오는 자유는 무한한 비상이다. 자유는 과거와의 결별에서 온다.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는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
p.225
하루를 미룸으로써 끝내 하지 못한 일들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가.
p.226
모든 것이 불확실해질 때가 있다. 단단한 토대 위에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흔들리는 외줄 위를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하나의 심연에서 또 다른 심연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의미를 부여했던 것들이 빛을 잃고,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p.240
"내가 한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단지 결함 있고 금 간 것을 아름다운 요소로 바꿔 놓았을 뿐입니다."
인간 존재는 누구나 완벽하게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태어난다. 그러나 삶이 우리 존재의 보석에 금이 가게 만든다. 하지만 그 불완전하고 상처입은 자신을 아름답게 재탄생시키는 것이 바로 삶의 예술이다. 흠과 결함을 더 창조적인 것으로 변신시키기 때문에 '예술'인 것이다.
부서지고 깨어졌을 때 자신에게 남은 것으로 아름다운 인생을 다시 창조하는 것만큼 위대한 예술은 없다.
p.247
인간에 대한 가장 나쁜 예의는 '너는 온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바로 잡아야만 한다.'는 자세이다. 각자의 내면에 훌륭한 교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일이다. 자신이 가진 유일한 연장이 망치일 때는 모든 대상을 튀어나온 못으로 보게 된다. 자신이 옳은 길을 걷고 있다고 해서 그 길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그 길은 많은 옳은 길 중의 하나일 뿐이다. 행복한 관계는 비평이나 조언이 아니라 상대방의 '순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때 찾아온다.
p.254
넓은 원을 그리며 나는 살아가네
그 원은 세상 속에서 점점 넓어져 가네
나는 아마도 마지막 원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지만
그 일에 내 온 존재를 바친다네
인생은 뒷마당 벽에 난 구멍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황량한 세계가 내다보이는 곳에서 손 하나가 나타나 우리에게 무슨 선물을 주고 갈지 예상할 수 없다.
p.265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평가된다.
숨 막히게 사랑한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가? 숨 막히게 몰입한 순간, 삶과 숨 막히게 접촉한 순간이. 그것이 꼭 거창한 순간일 필요는 없다. 맨발로 비를 맞는 순간, 섬에서 붉은 보름달을 감상한 순간, 히말라야 능선에서 눈보라 날리는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당신은 어떤 순간으로 채워져있는가?
p.272
주저하지 말고 경험에 뛰어들라. 문제에 대한 해답을 타인에게서 빌리려 하지 말고 그 문제를 살아야 한다.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살아야 할 신비이다. 관념과 공식에서 벗어나 이 삶을 최대한으로 경험해야한다. 이해는 머리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얻어진다.
p.273
인생을 살면서 나는 차츰 깨달았다. 어느 곳을 가고 있든 내가 집으로 향하고 있음을. 인간은 모두 자신의 집에 이르기 위해 여행하고 있음을. 집으로 향하는 멀고 긴 여정, 그 여정이 곧 진리의 발견의 길이고 자아실현의 과정이다.
p.276
보잘것없는 곳이든 웅장한 곳이든 그 목적지들이 가진 목적은 우리에게 그곳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선물하는 일이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삶을 경험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이것이 모든 목적지들이 숨기고 있는 참된 의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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