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면서 한계가 보이고 새로운 목표가 안 보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일이 하나의 과정일 수도 있어요. 현재 목표가 안 보인다고 그만두면 발전이 없습니다. 목표를 향해 오르고 내려가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지금은 안 보이던 경치와 풍경이 새롭게 나타납니다. 눈앞에 계곡이 있어서 그 뒤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 구비를 돌아서면 멋진 경치가 펼쳐집니다. 그러니까 목표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죠.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랑하다 보면 우리가 살아 있는 자체가 커다란 희열이 될 수 있습니다. 삶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지만 우리는 죽으려고 살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이루겠다는 허상의 목표 때문에 삶의 과정을 즐기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 능동적 허무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는 실제로 아무런 목표도 없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것이 저에게 비극적 사건은 아니라는 거죠. 살아가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실존 자체가 존재의 이유인 거죠. 그러기에 스스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랑을 해보신 분들은 알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길, 직장에 가는 길이 너무 익숙하여 도중에 마주치는 사물들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사랑을 하는 순간 새로운 빛으로 다가옵니다. 나무 한 그루, 돌부리 하나가 아주 새롭게 느껴집니다.
이것이 니체가 원하는 거예요. 사물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뀌는 겁니다. 내가 변화함으로써 세계가 달라집니다. 이렇게 우리는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인지를 알게 됩니다.
/이진우, 니체의 인생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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