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각

230806

huiyu 2023. 8. 7. 00:49

 어렸을 때 효행상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 상을 받은 후에 집에서 아무도 모르게 꼬깃꼬깃 잔득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그 상은 얼마 뒤에 펴진 상태로 방에 돌아왔다. 아마도 엄마가 청소하면서 발견한 것 같다.
 효행상. 효를 행한 사람에게 주는 상일거다. 도대체 나를 뭘 안다고 이 상을 줬을까. 내가 뭘 했다고..? 어렸을 때 나는 그 상을 나한테 준 이유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누구보다 집을 싫어했고 원망하면서 지냈었다. 어떻게 하면 이 집을 벗어날까 생각하며 지냈었다. 학교에서 그 상을 내게 준 이유는 '가난해서'라고 생각했다. 그거 말고는 이유가 없었다. '비록 가난하지만 꿋꿋이 학교생활 잘하고 친구와 원만하게 지낸다.' 이런 이유였나보다. 아니 그럼 나는 어떻게 지냈어야했을까..? 교복 살 돈이 없어서 교복은 못 사고 그냥 물러받아서 입었다. 급식 지원도 받았다. 그 당시 급식을 지원받기 위해선 양식에 구구절절 왜 지원받아야 하는지 절절하게 적어서 내야했다. 아니 돈 없어서 받아야되는데 그걸 왜 돈이 없는지까지 이유까지 다 적어내야하다니..? 담임 선생님과 둘이 책상에 앉아 구구절절 사연을 설명해서 제출했다. 아마 이런게 효를 행했다고 생각했나 보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지냈었다. 나는 교복을 그냥 물려받았다. 빳빳하고 새 느낌이 나야하는 신입생의 교복은 낡아있고, 내 옷이 아닌 느낌이였다. 친구들한텐 아무렇지 않게 '나는 급식 지원받는다 부럽지 않냐고'. 얘기하며 다녔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지 않았었나보다. 누구보다 집을 싫어했고 벗어나고 싶어했다. 누구보다 부모님을 싫어했다. 원망했다.
 버려진 상장을 쓰레기통에서 봤던 엄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왜 이렇게 살아야냐고 대들고 욕했던 날 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그리고 여전히 그 곳에 머물러만 있는 것 같은 우리는, 이렇게 살아온 그 '궁색한 가난한 티'는 언제쯤 다 벗어낼 수 있을까. 우리 가족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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