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각

계획 비우기

huiyu 2023. 12. 19. 11:29

해야할 일 없이 한가한 건 아니지만 연말이 되면 느슨해진다. 일은 조금 덜 하고 싶고.. 공부는 안하고 싶고, 올해도 바쁘다고 못 본 친구라도 만나 얘기라도 나누고 싶고. 12월은 한 해의 끝이다보니 모든 일이 '시작'보단 '정리'에 가까운 달인 것 같다. 회사일도 성과가 나오고, 내가 하고자 했던 것들을 잘 했나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년을 다시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하게 되는 달이기도 하다. 내년 계획을 세우다보면 마음은 다시 조급해지기도 한다.

이쯤되면 항상 생각나는 조승연님의 강연이 있다. 연말-연초가 되면 다시 휴식도 없이 채우기만 하는 현대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선조들은 계절을 절기로 나눠 봄-여름과 가을에 일을 하고 겨울은 다시 봄을 준비하기 위해 휴식을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12월 31일에 12월을 끝내고 아무런 휴식도 없이 1월 1일을 맞이한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새해부터 열심히 채우기만을 한다는 내용이였다.
무언가를 다시 채우기 위해서는 '비움'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 '쉼'을 통해 비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런 비우는 일 없이 잘 채우는 계획에만 익숙하다.
휴식과 방학을 뜻하는 '바캉스'란 말의 어원 역시 '비우다'를 뜻하는 'vacatio'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과거부터 사람들은 새로 다시 채우기 위해선 이전 것들을 비워야한단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또 나만 몰랐지?!)

내년 계획을 다시 세우다보면 물론 조급한 마음도 들고, 올해 다 못 한 것들의 아쉬움이 생각나서 욕심도 생긴다. 지금부터라도 당장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마음 꾹꾹 눌러담고 올해 했던 일들을 '잘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나도 나만의 비우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잘 비워야 내년에 다시 채울수 있으니까.


내년 역시 하고싶은 건 많지만 욕심부리지 않는게 목표이다. 결국 내가 한 번에 집중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란 걸 올해 더 경험하며 느끼게 됐다. 일을 이것저것 다 벌려놓기보단 하나를 해도 '잘' 할 수 있는 계획으로 세우기. 단기적으로 벼락치는 목표보단 '습관'을 만들어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계획으로 세우는 것.
그래서 뭐든 꾸준하게 할 수있는 습관을 만드는 일. 이 목표인데 습관을 만든다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렵긴 하다.



결론은 12월엔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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